아들은 항상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어했다.
그래서 우리집을 거쳐간 많은 불쌍한 생명체들이 있었다.
풍뎅이, 개미, 사마귀..
곤충류들이었기에 다들 오래 살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아이는 병아리를 부화시켜 키우자고 했다.
어릴적 나 역시도 여러번 엄마 몰래 병아리를 사왔던 경험이 있기에 며칠을 반대하다 하는수 없이 허락했다.
문제는 부화기부터 구매해야했다.
찾아보니 종류가 많아 머리가 아파왔다.
그래서 아들에게 특명을 내려주었다.
" 니가 정 키우고 싶으면, 너의 열정과 책임감을 보여줘. 엄마 아빠에게 꼭 병아리를 키우고 싶은 이유와 키우는 방법, 스스로 무엇을 할것인지, 부화기는 어떤것을 사야하는지등을 A4 용지에 작성해서 브리핑을 해줘 "
"브리핑이 뭐야?"
" 엄마 아빠에게 잘 설명하고 발표하는거야 "
사실 엄마도 그런거 안해봐서 잘 몰라 ^^;;;
아들은 컴퓨터에 앉더니, 몇시간을 집중해서 문서를 작성했다.
블로그랑 유튜브를 뒤져보며 독수리 타법으로 글을 쓰는 모습을 보니, 니가 많이 키우고 싶은가보구나 싶었다.
게임만 하려드는 아이에게 이런모습이 있다니, 조금 안심되기도 했다.
드디어 문서작성이 끝나고
살펴보니 제법 많이 조사했더라.
나는 그것을 3부 인쇄해서 호츠케치로 찍은 다음 아빠가 퇴근하면 브리핑을 시작할 준비를 해두었다.
- 부화기의 종류와 가격및 장단점
- 병아리 부화및 양육법
- 사육장 구성
- 본인의 할일과 엄마아빠가 해주어야 할일
- 앞으로의 각오
발표가 제법 마음에 들었는지 아빠는 시원하게 병아리 부화를 허락해 주었다.
저렴한 부화기를 구매하려다 부화 성공률이 높은걸로 사기로 했다. 알콤부화기가 업계에서 제일이었고, 당근이나 중고나라에서는 판매완료가 되어 새것을 살수 밖에 없었다. 다 쓰고 나면 당근에 팔아야지.
유정란이 3구 들어가는 미니 알콤 부화기를 구매했다. 가격은 10만원이 조금 안되었다.
그런데 판매자분이 미니 메추리 유정란 7구를 덤으로 보내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병아리가 아닌 미니 메추리의 육아를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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